[표준주택 공시가 발표][르포]"우리가 지가 올렸나"·"가만히 살기만 했는데 세금 뛰나"
단독주택 밀집지역서 공시가격 불만
9·13 대책 이후 거래절벽 계속
서울 공시가격 상승률 17.75%…전국 2배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역대 최대 수준의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을 발표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단독주택 밀집지역. 주택가에 띄엄띄엄 하나씩 자리한 중개업소에는 손님 없이 한산했다. 이곳에서 만난 A공인 대표는 “집주인들이 여기서 계속 살기만 했는데 왜 공시가격을 올려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전국 표준단독주택 22만가구 중 가장 비싼 주택이 위치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한남동) 인근]](https://t1.daumcdn.net/news/201901/25/ned/20190125104228344mkzg.jpg)
이 공인에 따르면 이 지역 대부분 단독주택의 3.3㎡당 가격은 3500만원 이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165㎡ 전후 단독주택을 10억~15억원에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시세가 15억원을 넘는다. 정부가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겠다고 공언한 시세 15억원 이상이다.
인근 B공인 대표는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어떤 주민은 우리가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니고 당장 뭐가 생긴 것도 아닌데 왜 세금을 더 내야 하느냐고 불만을 표현한다”고 했다. 또 다른 공인 관계자는 “주가가 올라갔다고 보유세를 더 내라고 하지 않는데 왜 집에 대해선 그래야 하냐”며 “세금 폭탄을 맞을까 불안해 하는 주민이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당장 급매물이 늘지는 않았다. 매수세도 거의 사라졌다. A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뿐 아니라 단독주택 거래도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며 “다가구 주택을 지을 목적으로 문의하는 사람만 종종 있다”고 말했다.
초고가 단독주택 밀집지역의 분위기는 더 썰렁했다. 정부가 공개한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중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은 용산구(35.40%)에서도 상위 10개 표준단독주택 중 6곳이 위치한 한남동이 그렇다. 유엔빌리지길 인근 C공인 대표는 “일단 잠잠하지만 세금을 더 걷겠다는데 분위기가 좋을 리 있겠냐”며 “주변 상권까지 악화될까봐 걱정하는 임대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330㎡ 이상 크기, 3.3㎡당 5000만원 이상 호가하는 단독주택이 몰려있다. 고가 주택을 보유한 자산가들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꺼리지만, 공시가격이 대폭 뛰면서 가뜩이나 9·13 부동산 대책으로 얼어붙은 주변 일대가 더 움츠러들고 있다. D공인 관계자는 “문의 전화 조차 완전히 사라졌다”며 “이 지역 주민들은 강남 고가 아파트만큼 시세가 뛴 것도 아닌데, 온갖 부동산 거래 제재는 다 받고 있어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전국 표준단독주택 22만가구 중 가장 비싼 주택이 위치한 이태원로 인근 E공인 관계자는 “다들 세금이 20~30% 정도 오른다고 예상하고는 있지만, 아직 급매물 늘어난다거나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했다. 바로 옆 E공인은 “4월에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 뒤 사람들이 숫자를 확인하게 되면 더 많이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보면 서울의 상승률은 17.75%로 전국(9.13%)의 2배에 육박했다. 서울에서는 용산구(35.40%), 강남구(35.01%), 마포구(31.24%), 서초구(22.99%), 성동구(21.69%)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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